가을나무
가을나무가 수상하다
여름내내 시퍼렇게 몸 집 불려가던 나뭇잎들
한잎 한잎 누렇게 뜬 몸 비늘로 물러 서고 있다
오직 너 하나 뜨겁게 잡던 손을 놓아버리고
다시 땅으로 졸아가는 저 가벼운 완주
한철 생을 다 비우고 바람 너울에 실려가는 편안한 작별
마지막 피 한방울도 아끼지 않으리라
궁합 좋은 살붙이로 살던 잎새들
폭우다 폭풍이다 천둥이다 땡볕마저도 묵묵히
온몸으로 대신 받아 나무 지키고
이젠 할 일 다 했다고 생각될 때
불평없이 선하게 물러서는 저 잎들의 사랑 놀랍다
그러나 아직 남은 일이 있어
마른 껍질로 땅에 깃들어 나무 뿌리를 덮어
찬바람 한기를 막으리라 잎 위에 다시 잎이
자꾸만 쌓여 사으니
저들끼리 더웁게 스며들어
눈부신 일을 하나 만들고 말았구나
'나 이제 다 주었다'
그래 그것이 끝이 아니라
저릿저릿한 사랑 하나가 다시 시작하나보다
새순이 한 잎 소멸 까지의 돌고 도는 이야기
책 열권 써도 모자라겠다
가을 나무는 벌거 벗은 채 저 땅 아래로
따뜻한 태기 감돌고
봄에는 가슴 벅찬 새 생명의 분만 활홀 하겠다
-신달자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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